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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 음악 이야기

〈모노노케 히메〉 OST로 읽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by 울프남 2025. 12. 21.

 

모노노케 히메, 음악으로 다시 보다

 

시작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세계에서 〈모노노케 히메〉는 분명한 전환점에 놓인 영화다. 이전 작품들이 상상력과 모험을 통해 세계를 확장했다면, 이 영화는 문명과 자연의 충돌을 보다 직접적으로 응시한다.

 

1997년 일본 개봉 당시,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넘어선 묵직한 주제의식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중심에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의 OST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서사의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힘을 지닌다.

 

줄거리

태곳적부터 존재한 대자연의 신과 인간이 공존하던 세계. 숲과 산을 개간하며 터전을 넓히려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재앙을 낳고, 분노에 잠식된 멧돼지신은 저주로 응답한다.

 

그 저주를 받은 에미시족의 후계자 아시타카는 죽음을 앞에 둔 채 원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 길에서 그는 자연의 편에 선 산과, 철을 무기로 자연을 정복하려는 타타라 마을의 지도자 에보시를 만난다. 영화는 끝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며, 공존이라는 불편한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

 

다음 - 영화 '모노노케 히메' 포토 출처

 

OST와 장면들

 

〈The Legend of Ashitaka〉
영화의 문을 여는 이 곡은 아시타카라는 인물의 태도를 단번에 각인시킨다.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며, 선율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증오 없이 보기’라는 그의 신념은 이 테마를 통해 음악적으로 먼저 제시된다.

 

〈The Demon God〉
재앙신으로 변한 멧돼지신의 등장 장면에서 흐르는 이 곡은 불안정한 리듬과 낮은 음역으로 강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자연의 분노는 초월적 공포라기보다, 인간의 선택이 불러온 결과임을 음악은 냉정하게 전달한다.

 

〈Princess Mononoke Theme〉
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테마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인간과 거리를 둔 시선을 유지한다. 이 곡이 주는 감동은 감상적 위로가 아니라, 자연을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서 비롯된다.

 

〈Ashitaka and San〉
아시타카와 산이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장면에서 흐르는 이 음악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인간적인 온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이 곡조차도 완전한 화해나 낭만으로 치닫지 않는다. 두 인물은 결국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며, 음악은 그 거리감을 존중하듯 조용히 물러난다. 히사이시 조는 이 곡을 통해 ‘사랑’조차도 공존의 해답이 될 수 없음을 은근히 암시한다.

 

총평

〈모노노케 히메〉의 OST는 장면을 지배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과 자연, 문명과 생명 사이에 놓인 균열을 조용히 비춘다. 이 영화의 음악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괴와 공존 사이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리고 여전히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는지를 묻는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며,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남긴다.

 

예고편 보기▼

https://tv.kakao.com/v/457254126

다음 - 영화 '모노노케 히메' 영상 출처